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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두 번째 뇌를 만든다는 것 - 티아고 포르테가 제안하는 디지털 시대 지식관리법

by Yong Dae 2025.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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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사라져가는 일상

지난주 팟캐스트를 들으며 메모장에 적어둔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다시 찾으려 했지만, 어디에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카톡 메모에도, 노션에도, 심지어 손글씨 노트에도 흩어져 있는 내 생각들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나에게는 정보를 수집하는 습관은 있지만, 그것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없었구나.

이런 고민을 하던 중 만난 책이 티아고 포르테(Tiago Forte)의 『Building a Second Brain(세컨드 브레인 만들기)』였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두 번째 뇌라니, 우리가 이미 가진 뇌로는 부족하다는 뜻일까? 책을 읽어가며 알게 된 것은, 이것이 단순한 노트 정리법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외부 기억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코드(CODE) 방법론 - 네 단계의 지식 순환

티아고 포르테가 제안하는 세컨드 브레인의 핵심은 CODE 방법론이다. Capture(수집), Organize(정리), Distill(요약), Express(표현)의 네 단계로 이루어진 이 시스템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적용해보면 생각보다 깊이가 있다.

첫 번째 단계인 '수집(Capture)'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관하라"는 조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저장할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저자는 오히려 직관적으로 끌리는 모든 것을 일단 저장하라고 말한다. 분석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냥 '이것 좋네' 싶으면 저장하는 것이다.

'정리(Organize)' 단계에서는 기존의 주제별 분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실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정보를 분류하라고 제안한다. 즉, 지금 당장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도서관식 분류법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파라(PARA) 시스템 - 실행 중심의 정리법

저자가 함께 제안하는 PARA 시스템은 Projects(프로젝트), Areas(영역), Resources(자료), Archives(보관함)의 네 카테고리로 모든 정보를 분류하는 방법이다. 이 시스템을 직접 적용해보니, 기존의 '나중에 필요할 것 같아서' 저장해둔 자료들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마케팅' 폴더에 넣어두었던 글을 이제는 '블로그 개선 프로젝트' 폴더에 직접 저장한다. 같은 정보라도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지 명확하니, 나중에 찾아서 쓸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

점진적 요약법 - 미래의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Distill)' 단계에서 가장 실용적이었던 것은 '점진적 요약법(Progressive Summarization)'이다. 처음에는 전체 글을 저장하고, 나중에 중요한 부분만 하이라이트하고, 또 나중에는 그 하이라이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다시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을 써보니 정말 신기했다. 3개월 전에 저장했던 글도 30초 만에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바쁜 미래의 나'를 위한 배려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우리는 항상 지금보다 더 바쁠 미래의 자신을 위해 정보를 정리해야 한다.

표현하기 - 노트는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

마지막 '표현(Express)' 단계는 이 모든 과정의 목적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정보를 모으는 이유는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다시 세상에 내놓기 위함이다. 블로그 글이 될 수도 있고, 회의 발표가 될 수도 있고, 친구와의 대화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노트는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문장이 가장 와 닿았던 이유는, 그동안 나 역시 '언젠가 쓸 것 같아서' 저장해둔 자료들이 대부분 사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세컨드 브레인 방법론을 적용하면서, 저장한 정보를 실제로 활용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두 번째 뇌가 주는 진짜 자유

티아고 포르테가 말하는 세컨드 브레인의 진짜 목적은 단순히 정보를 잘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물학적 뇌가 기억의 부담에서 해방되어, 진정으로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외부 시스템이 기억을 담당하면, 우리의 뇌는 연결하고, 상상하고, 창조하는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

몇 달째 이 방법론을 적용해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의 확신이다. 이전에는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며 애매하게 넘어갔던 것들을, 이제는 세컨드 브레인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정보가 쌓이면 쌓일수록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함께 자란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그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티아고 포르테의 세컨드 브레인은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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